찍어보자!!

주말 에필로그...

오애도 2008. 8. 18. 00:11

 바느질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첫번째로 만든 것이다. 아이들 기다리며 틈틈히 마름질 하고 솜 집어넣고 구슬 달고 방울 달고...  어떤 것이든 시작은 쉽지만 끝까지 다아 만들기까지는 꽤 여러 단계의 손이 간다.

다 만들고 보니 색감도 크기도  생각보다 예쁘다.         

 

 

         

 

 

이것은 종과 셋트....

 

 

거의 다 꿰매고 솜 집어넣고  나면 저렇게 밑이 벌어진다. 바느질하면서 소소하게 경이롭고 감동적인 것은 저런 것들을 공그르기로 마무리 할 때이다.

사람 손이란 얼마나 위대한가. 저렇게 볼품 없고 너저분한 것들이 실 꿴 바늘이 지나가면서 아무려 지고 매끈해지며 단단하게 결속한다. 조각들은 이어지고, 멀어진 곳은 아물리며 흩어지고 갈라진 것들은 합쳐진다.

 

 

그리하여 이런 매끈함에서 오는 감동이 없다면, 단지 만들어질 물건에의 욕심만으로는 바느질의 숭고함에 빠져들 수 없을 것이다. 삶이 결코 목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정의 아름다움이 훨씬 가치 있듯이 말이다.

 

 

 

 

날씨가 갑자기 선선해졌다. 이렇게 느닷없이 가을바람이 들이닥칠 리는 없으니까 조만간 꽤 뜨거운 날이 다시 올 것이다. 물론 그래봤자 굴러가는 계절의 바퀴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지난 일요일의 무더위에 비하면 단 이레 사이에 이건 너무 심한 온도의 변화다.

바닷가에 다녀 온 너무 뜨거운 피서 덕분에 입술 화상을 입어 근 보름간 고생을 했다. 심하게 여름과 입맞추느라 생긴 영광의 상처다. 하하.

하지만 누가 뭐라든 나름 내 삶에서 가장 생기있게 보냈던 여름 휴가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 언제 그렇게 아이들처럼 소리 지르고 깔깔대며 신나게 바닷물놀이를 하겠는가 말이다.

울엄니 내 험한 입술 보시더니 한 마디...

어이구, 말뜩싸다. 또 가라... 응?

어릴 때 듣던 지청구다. 문득 내가 십대로 돌아갔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아듀!!!! 여름이여....

 

 

 

어제 아이가 수업하러 오면서 들고 온 것들이다.

불쑥

엄마가 갖다드리래요~~ -나는 나랑 동갑이라는 그 아이 엄니, 딱 한 번 잠깐 봤다-

하면서 내밀기에 펼쳐봤더니 이런!!! 두툼한 계란말이, 외 냉국, 햄과 어묵케찹 볶음, 콩나물 무침, 멸치볶음, 생오이 무침... 혼자 살면서는 잘 해먹게 되지 않는 반찬들이다.

뻘쭘하고 싱거운 말하기 버릇이 된 나는,

혹시 엄니께서 반찬가게를???

 하고 웃었다.

집에 반찬 없어서 한꺼번에 하셨대요~~

사진이라 그렇지 은박 도시락에 양도 만만찮았다.

잘 먹겠다고 말씀 드리려므나... ^0^

 

늘 그렇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저걸 쌌을 것이고 그것이 '나'라는 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며칠동안 울엄니표 열무김치에 고추장이랑 들기름 넣고 비벼 먹는 걸로 끼니를 때웠는데 이게 웬 호사인지 모르겠다. 집에서 한 음식이라는 것은 이상하게 설명할 수 없는 나름의 풍미를 갖는다. 딱 내입에 맞았다는...

 

여하간 나는 내가 하는 거에 비하면 과하게 인복도 많고 먹을 복까지 많은 인간이다. 아침엔 또 다른 학부형이 무공해 야채를 들려보내시더니만...

 

 

내일은 속리산행을 할까 생각 중이다.

친구와 가기로 했다가 사정이 생기는 바람에 계획이 깨졌는데 문득 혼자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지난 주에 지방에 사는 친구 만나러 가기로 했다가 너무 더워서 그것도 재껴놨는데 겸사겸사 할까 어쩔까... 모르겠다. 곰실곰실 집에 앉아서 바느질 하는 것도 땡기고, 이젠 제법 한가해졌을 속리산행도 땡기고...

 

그러고 보니 이번 주는 내리 바쁠 것 같다. 청계산행도 다시 시작하기로 했고, 오랜만에 친구 만나는 약속도 두 탕이나 있고, 바느질도 줄줄이고, 아이들 보충도 줄줄이고...

아자!!! 화이팅!!! 입술만 나으면 한동안 건강하겠지. 

몸은 많이 가벼워졌다. 55싸이즈 가을 트렌치 코트 사서 걸어놓고 매진 중이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