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빈둥...
여름은 여름인 모양이다.
아이들은 방학을 했고, 그 때문에 수영장은 진짜 목욕탕 수준이었다. 연수레인에도 초보자 급 사람들이 와서 버버거리는 바람에 어제 수영은 거의 물장구 수준이었다.
요즘 같은 날엔 수영장에 입수를 할 때마다 노련하게 수영을 배워놨다는 게 정말 마음 속으로 스멀스멀 감사함이 밀려온다. 이 더운데 운동하기 괴로운데 수영은 운동도 되고 시원하기까지 하니 말이다. 물장구치는 수준이라면 운동은 커녕 지방 축적에 도움만 되고 말 터인데 제법 땀이 나도록 해도 별로 괴롭지 않으니 하는 얘기다. 물론 지금은 하도 노련-??-해져서 더 이상 운동이 안 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드디어는 접영도 에너지 소모가 안 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여 이게 빠져나가는 체지방 메꿔서 매끈하게 몸 만드는 거에 도움이 되는 지도 의심스럽다. 다만 팔뚝 부분에 근육이 표준 이상이 나온데다 짧은 소매 입고 보면 제법 볼록하게 근육이 솟아 있는데 이건 순전히 수영때문에 생긴 것이다. 힘차게 물가르는 일이 그래도 제법 근육운동이 될 터이고 접영 스트로크는 가벼운 벤치 프레스 정도의 힘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다 뽀빠이처럼 팔뚝만 굵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ㅎㅎ.
뭐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 몸의 뼈다구가 가늘가늘한데다 근육 생기기도 어려운 체질이라는 것... 하여 제법 불룩한 근육이 신기하고 소중하다. 하여 뭐든 안 되는 것은 없겠지만 다만 시간은 오래 걸린다는 것을 실감한다. 수영 10년이 넘어 겨우 팔뚝에 근육 쬐끔 붙다니 말이다. 뭐 이러면 나중에 몸 가벼워져서 테니스나 스퀴시 같은 다리 근육 많이 쓰는 운동에도 노련해질런지 모른다. 더 나이 먹어 달그락거리기 전에 그런 운동도 배우고 싶은데 이게 잘 될지 모르겠다. 나이는 먹고 해야하고 하고 싶은 일은 더 많아진다.
아침에 CSI 뉴욕편을 보는데 거기서 반장이 유전자 검색 자료를 보면서 불일치 유전자 수가 어쩌구 저쩌구 하는데 문득, 이젠 나이 먹어 생물학이나 물리학 같은 거 배워 자료만 턱!! 보고 형상을 파악하는 일 따위를 하는 일은 불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쓸쓸해졌었다. 하긴 할 수 없는 일이 어찌 그뿐이겠는가!!! 도처에, 해서 안 될 건 없지만 해도 더 이상 빛이 안 나거나 보람이나 즐거움을 느낄수 없는 일이 수두룩한데 말이다.
스물에는 스물에 어울리는 풍경이 있고, 거기에 어색하지 않게 살았으면 되는 것이고 마흔이면 마흔에 어울리는 풍경이 있을 것인데 대체 어떤 게 마흔의 풍경에 어울리는 것인지 모르겠다.
하긴 지난 겨울에 몇 년 전에 산 곰돌이가 앞판에 그려진 후드티를 입고 외출하려니까 갑자기 푼수떼기 같은 기분이 들어 벗고 말았다. 집에서 그걸 입고 있으면 알라들은 선생님 귀여워요~~ 이러는데 이게 옷이 귀엽다는 것지 내가 귀엽다는 것인지 감이 안 잡힌다. 하하
그러나 적어도 그렇게 곰돌이가 귀엽게 그려진 티셔츠나 커다랗게 글자가 프린트 된 티셔츠 따위를 입고 사람들 앞에 나서기기가 망설여지는 걸 보면 제법 나이를 의식하게 된 모양이다.
뭐 나이 먹는 것은 섭섭할 거 없는데-오히려 여러가지를 편견없이, 널럴하게 바라볼 수 있어서 나이 먹어가는 게 훨씬 좋다.- 다만 무엇이든 다 겁없이 시작하기에 망설여진다는 것은 쓸쓸하다.
어쨌거나 수영장에 갈 시간인데 어제 목욕탕 수준의 수영장에 질려 오늘은 덧 정 없다. 그냥저냥 있다가 해 저물면 모처럼 양재천이나 가야겠다.
다음 주는 월요일 부터 근 열흘 간 신나는 휴가다. 일주일에 한 번 씩 하는 수업 한 번씩 죄 빼고 앞 뒤 쉬는 날 이었더니 한 달의 삼분의 일이나 놀게 된다는... 그래도 고 3 수업은 빼먹으면 안 될 것 같으니까 몰아서라도 해야할 것 같다. 뭐 바닷가 놀러갈 일도 있을 거 같고, 짧은 여행 스캐줄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다려지는 건 예쁜 조카 녀석이다. 고모... 라고 부를 때 동그래지는 입모양이 가슴이 아릿해질 만큼 예쁘고 그립다.
아무 일도 없는 화요일... 모처럼 빈둥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