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가득한 날!!!
아침 일찍 수영을 다녀왔다.
새벽 뉴스에서 폭염주의보라더니 아침부터 햇살이 장난 아니게 뜨겁다. 날씨가 더워서인지 이런... 수영장이 거의 목욕탕 수준이었다. 낮 수업 때문에 아침 일찍 간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어제 낮보다 훨씬 많았고 그렇게 사람 많은 걸 보니 꼭 육수에서 헤엄치고 있는 기분이 들더라는... ^^;;
어제 낮에는 아침만 시원찮게 먹고 30분 동안 한 스물 다섯번쯤 접 배 평 자로 돌았는데 갑자기 으슬으슬 춥기 시작했다. 다분히 문자 중독증이 있는 나는 어딘가 수영장 안전수칙에 써 있던 몸이 추워지면 물에서 나오라는 말을 읽은 거 같아서 덜덜 떨며 물밖으로 나와 뜨건 물에 몸을 담갔다. 흐미... 좋은 거!!
한여름에 덜덜 떨며 수영장에서 나와보기도 처음이다. 보통 한 스무번 쯤 왕복하고 접영 두번 쯤 하면 제법 땀이 솟을 만큼 몸이 더워지는데 그래서 물이 차갑게 느껴지는 경우는 있었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느낌에 딱!!!! 혈당 떨어져 대사가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밖으로 나와 뜨거운 햇살이 잠깐 따뜻하게 느껴지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제발 플리즈... 수영장 샤워할 때 물 좀 아껴 썼으면 좋겠다. 비누칠 하거나 양치질 할 땐 물좀 잠그고 하면 어디가 덧나나? 만약 자기집 물이었으면 그 따위 짓들은 안 하겠지. 노인 양반들도 그렇고 새파란 젊은 사람들도 그렇고 '내것'아니면 함부로 막 우습게 써대는 꼴이야말로 가증스럽기까지 하다.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에서... 이건 우리 알라들이 나한테 하는 말이다. 한여름도 되기 전부터 에어컨 틀자는 소리 나오면 나는 저 말로 시작해서 일장 연설 십오분이다.
'내 돈' 아까워서 아니라 쓰지 않아도, 버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함부로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우리는 너희들보다 먼저 죽어 넘어질 것이고 남아 있는 너희들이 써야할 것들에 대해 모두들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라. 너희 부모님들 자식들 위해 수십만원 씩 과외비 학원비 내면서 내 자식들 나중에 살아나갈 이 땅과 환경에 대해 얼만큼이나 생각하고 있을까? 그러니 좀 있으면 시원해질터이니 선풍기로 참아라. 아직 에어컨 틀 때는 안 됐다. 에어컨 안 틀어 아낀 돈 과외비 깎아 줄 수도 있으니 돈 아까워 그런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적어도 환경에 대해서는 제발... 나 하나 쯤이야.. 하지 말고 나하나라도... 하는 생각하면 어떨까? 선생님이야 자식새끼도 없으니 나 죽으면 그만이지만 아닌 건 아닌거다...
여기까지 하면 보통 알았어요~~ 하는 걸로 끝난다. 그리고 새로 온 아이가 와서 에어컨의 에어 까지만 나와도 지들이 먼저 좌르륵 연설이다. 하하. 하여 아직 한 번도 에어컨 안 틀었는데 오늘 쯤은 틀어줘야 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조금 있다 오는 녀석들 위해 그래도 얼음도 얼려 놓고 찬물도 채워 넣었다.
기름 값 올라 제법 경제 위기설 따위에 흔들려서가 아니라 어딘가 불 하나 켜 놓는 것도 저어하게 되는 날들이다.
정말 나 죽기 전까지 지구는 온전히 살아남아 있기는 할까 하는 생각이 종종 드는데 이런 땐 정말 자식 없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후후.
오늘은 햇빛은 뜨거운데 하늘은 가을 하늘처럼 청명하다. 열어놓은 창문으로 제법 바람도 살랑거리며 들어와 행운목 잎사귀를 흔든다. 소형 선풍기 책상 위에 올려놓고 가장 낮은 바람 맞고 있으면 하나도 안 덥다.
그동안 켜켜히 눅어있을 듯한 습기 몰아내느라 온 집안의 문이란 문은 다 열어놓았다. 면빤스랑 수건이랑 삶아 빨아 밖에 건조대 내놓고 말렸다. 배게도 해바라기 시켜주고... 맘 같아서는 집안을 홀딱 옷 뒤집듯 뒤집어 뜨거운 햇살에 말렸으면 싶다. 파삭파삭하게 말이다.
며칠, 후르륵 훑으면 손 한가득 습기 한 줌 담길 것 같은 날들이었는데 이렇게 햇살 반짝이는 날을 보며 생각한다. 그래... 이것이 일상이고 삶이구나. 그렇게 흐렸다 갰다 젖었다 말랐다... 거기에 튼튼하게 두 발로 서 있는 내가 보인다. 어떤 것도 기껍지 않은 것이 있으며 어떤 것도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