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그 날...

문득 떠오르는...

오애도 2008. 7. 3. 20:32

어릴 때 친구랑 해가 누굴 따라 오는가에 대해 심하게 다툰 적이 있었다. 아마 여섯 살 때 쯤...

냇가에서 물장구를 치고 놀다가 오는데 자꾸만 해가 날 따라오는 것이었다. 나는 친구에게 저 해가 날 따라온다고 했더니 친구는 해가 자길 따라온다는 것이었다. 하여, 봐라 저기서 이쪽으로 쭈욱 그으면-내쪽으로-반듯하지만 저기서 그쪽으로 쭈욱 그으면-친구 쪽으로- 비스듬하잖냐?하면서 바락바락 싸웠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황당하다 못해 귀엽기까지한 일이었지만 그때는 내쪽으로는 반듯하고 쟤쪽으로는 비스듬한데 왜 우기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당연히 지금은 그애 쪽에서 그으면 내 쪽이 비스듬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결국 화가 난 친구가 돌맹이를 집어던져서 눈밑이 터지는 사고가 났다. 정통으로 눈이 맞지 않은 게 다행이었는데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부녀회장님 댁에 가서 소독하고 가루로 된 약을 솔솔 뿌렸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한 쪽에서, 또는 내 쪽에서만 보면 분명 둘 다  틀린 것은 아닌데 어리석은 고집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나는 어떤  상황이나 현상은 분명 대단히 다면적이고 다원적이어서 한 쪽 측면만 보면 안된다는 것을 그 일을 떠올리며 깨닫는다.

 

모처럼 한가한 날...

산엘 가기로 약속했는데 아침에 추적이는 비때문에  포기하고 집에서 빈둥댔다.

종일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지뢰찾기 게임을 하거나 며칠 못 본 신문을 대충 들춰봤다.

보리쌀과 잡곡을 넣어 밥을 짓고 들기름에 호박 볶아서 열무김치랑 고추장 넣고 썩썩 비벼 모처럼만에 먹었다. 그러고 보니 한 사흘 쯤 밥은 안 먹고 바나나며 우유며 과일이며 소세지 따위-애들이 간식 사러 갔다가 내 몫으로 꼭 사다준다-로 때웠었다. 이런...

 

열어놓은 창문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무럭무럭 자라는 행운목 잎을 흔든다.

내일은 일주일만에 산이 가는 날.  오늘만큼만 선선했으면 좋겠다. 

 

슬슬 일어나 갈빗살이나 먹으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