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시험 에필로그...

오애도 2008. 7. 2. 12:48

대충, 시험이 끝났다. 아직 찔끔찔끔 남아 있는 것들이 있어서 모처럼 작정하고 놀려는 데 걸림돌이 되긴 하지만 뭐 그것은 껌이다.

 최선과 마음을 다해 가르치는데 결과가 신통찮으면 마음 무거운게 사교육 선생의 비애다.

며칠 전 어느 엄마가

 '선생님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데 우리 애가 성적이 착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래도 선생님한테 공부하러 간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하는 문자 메세지를 보내왔다.

처음 시작하고는 평균 20점이 올라서 전설을 만들어내더니  그 후론 영 제자리 걸음이거나 더 낮아지거나 해서리 과외비 받는 게 미안할 지경이었었다.

다행히 어제 국어 시험 보고 나서 아이가 하는 말... 선생님 40점 올랐어요... 그럼 대체 지난 번엔 몇점이었단 말인가... 그래도 성격 무쟈게 좋은 아이다. 죽어라 야단쳐도 머리 위로 하트 그리며 선생님 사랑해요~~하면 그만이다. 이런!!

어쨌거나 오늘이 내가 맡은 과목의 마지막 시험인데 한 녀석이, 망쳤어요~~ 하는 메세지 오고는 소식 없는데 설마 죄 망친걸까?

어제 꿈에 미친듯이 설거지 하는 꿈을 꿨는데 그릇 씻으려고 보니까 생뚱맞게 선인장 화분 하나가 깨져서 조각조각 선인장 순들이 흩어져 있었다. 쬐끔 불길했지만 선인장 하고 이름 비슷한 애가 백점 맞았다고 해서리 기분 좋았었는데 그게 오늘 꿈이었는가 모르겠다. 하하.

뭐 여하간,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온다면 작히나 좋으랴만 세상일이라는 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란 걸 안다. 하여 어느땐 지나치게 열심히 눈 빛내며 하는 아이들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결과는 노력한 만큼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니까 그렇다고 노력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말이다.

시험 결과야 어떻든, 나를 최고로 알고 있는 녀석들이 줄줄이고-애들 많아져서 맘 변했다고 투덜대는 녀석들도 있다.- 우리 애가 선생님 만났다는 게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믿어주는  엄마들도 더러 있고, 미운 녀석 하나 없어서 그것도 감사하다. 내 마음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면 작히나 좋으랴!!  

 

 

사족: 

 

엊그제 병원 가서 체질량지수를 쟀다. 체중은 한 오킬로그램 쯤 줄었고, 그중에 체지방은 3킬로그램, 근육 1킬로그램, 기타 수분 뭐 그런게 빠진 모양이다. 정확히 보름 약 먹은 결과다. 하여 편법이라는 게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운 일인가... 하지만  편법에만 몸 맡기는 게 싫어서 보름동안 딱 하루 빼고 매일매일 수영을 하거나 걷거나 등산을 가거나 했다. 시간 없으면 새벽-?-에 일어나 수영장엘 갔으니 말이다. 하여 점점 물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안 먹어도 별로 아쉽지 않았지만 나중을 생각해서 단백질과 비타민 위주로 열심히 챙겨 먹기도 했다. 나머지 보름동안 오킬로그램 쯤 빠지면 그야말로 한달에 10킬로라는 가공할 결과가 나오겠지만 역시 그렇지 않을 거란 걸 안다. 기대와 맹세와 굳은 약속은 깨지기 위해 존재하는것...흠...

 며칠 전 친구랑 갈빗살 먹으러 갔더니 풍년집 아줌씨가, 살만 빼믄 어디 내놓기가 걱정될 정도로 이뻐지겄어..-고기 께작이는 나더러 왜 그러냐고 하길레 살 빼고 있어요 했더니...- 해서 기분좋게 현금 결재 해 줬다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