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08. 6. 16. 12:20

아주 바빴었습니다.

멀리서 친구가 와서리 2박 3일 즐겁게 보냈고, 혼자서도, 둘이서도 산엘 갔었고, 울 오라버니 와서 닷새 쯤 동거를 했고, 다 늙은 딸래미 생일이라고 엄니가 오셨었습니다. 거의 매일 보충이 있었고, 새로 맡은 고3 아이때문에 나름 공부도 해야 했고, 착하게 운동도 열심히 했습니다. 어제는 곗날이었고 내일은 오디 따러 영월엘 갈 예정입니다. 시험기간 닥쳐서  당연히 머리 빠지게 바쁠 것입니다.

그렇게 보름을 지내는 동안 머리 빠지게 고민되는 일도 있었고, 몇가지 감동적인 일도 있었고, 적당히 고달프게 일도 해야만 했었습니다.

 

오늘 아침 문득 조용한 집안에서 서성거리다 뭉클뭉클 행복감이 몰려왔더랬습니다.

어떤 일도 내 삶을 이루는 일이 아닌 게 없습니다.

저렇게 소소하게 이루어지는 일상의 과정에서 내가 나를 들여다보고 주위를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그것이 때로 고민스럽거나 당혹스러워도 내 삶의 일부라는 것이, 살아있다는 것이, 별로 고민스럽지 않은 것이, 희망적으로 격려해주고 고무해줄 수 있는 내 능력이 한없이 감사했던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낡아빠진 푸른 색 폴로셔츠를 꺼내입고 제법 헬쓱해진 얼굴을 보며 아주 이쁘다 애도야... 하고 웃어봤습니다. 꼭 울증 없는 조울증 환자 같기는 했지만요. 하하.

 

어제는 대통령하고 시장에서 산책하는 꿈을 꿨더랬습니다.

오늘은 시골 집에 갔더니 바구니 가득 산딸기를 울엄니가 따 놓셨습니다. -아마 내일 오디 따러 가는 예지몽이 아닐까? 아니믄 태몽?? 하하하-

엄니가 사다 준 쇠고기로 이제서야 미역국을 끓이고 있습니다. 아이들한테 울엄니가 쇠고기 한 근 사오셨다고 얘기했더니 제법 감동적이라는 탄성을 질렀었습니다.

그 고기 한 근이 주는 마음의 울림이 제법 철없어 보이는 아이들에게도 느껴졌을 것입니다.

호들갑스럽고,철딱서니 없어보이고, 더러 되바라져 보이지만 너무 이쁜 녀석들입니다.

지금 나오는 박강성의 노래만 들어도 괜히 스멀스멀 행복해지는데 이게 심함 조증 증세이지 싶습니다.

 

더 욕심내지 않기를...

함부로 헐뜯고, 투덜대지 않기를...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게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가서 물개처럼 유연하게 수영이나 하고 와야겠습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