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보자!!

살구꽃...

오애도 2008. 4. 2. 10:36

 작은 방에서 내다보면 외진 골목의 후미진 곳 화단에 저렇게 작고 애달프게 살구나무가 한 그루가 서 있다. 가뜩이나 쿨한 동네인데다 메인 골목에서 한 발짝쯤 떨어져 있는 탓에 사람들은 별로 지나다니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단이라고 하기엔 옹색하고 외진 곳에 한번도 얼굴 본 적 없는 앞 빌라의 주인은 제법 열심히 꽃을 가꾼다. 좀 더 있으면 한 그루 장미 나무에서 장미꽃도 피고 가을이면 연보랏빛 소국도 핀다.   -저긴 사실 앞 빌라의 뒤곁에 해당한다. 앞 쪽은 훨씬 큰 골목과 면해 있다.-

날씨 따뜻해지던 지난 봄의 입구에서는 어디서 구해왔는지 거름을 뿌려놓는 바람에 알라들이 무슨 냄새냐고 난리가 났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화단에서 나던 냄새.

어느 날 문득 위를 올려다보면 저렇게 꽃을 매달고 있거나 몽글몽글 꽃망울을 매달고 있다가 또 어느 날 보면 노오란 살구를 매달고 있기도 하다. 제법 열린 살구가 어느 날 사라진 걸 보면 알뜰하게 주인이 관리를 하는 모양인데 한 번도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저렇게 외진 뒷 쪽 살구나무에 정성을 들이고 한 그루 장미며, 한 무더기의 소국을 키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얼굴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며칠 전 덜 튀겨진 팝콘알 같은 연분홍 꽃망울이 매달려 있을 때 조만간 꽃이 필 때 놓치지 않고 올려다 봐야지 했었다. 시야가 확 트인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 생각없이 지나다니면 사실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화단이 허리 높이만큼 올라가 있어서 더욱 더 일부러 얼굴 들어 올려다보지 않으면 쓰레기 버리러 가다가 떨어진 꽃송이 보고서야 어!! 꽃이 피었다가 졌네.. 하는 생각을 할 뿐이다.

 몇 해 째 나는 장미가 피면 일부러 들여다보고, 소국이 피어오르면 가을이네.. 하면서 들여다본다. 왠지 아무도 들여다봐주지 않는 꽃들 같아서 나는 은밀하게 내가 너를 보고 있단다... 하는 식의 대화라도  하듯이 말이다. 아마 저 외진 화단의 제대로 된 향유자는 내가 아닐까 싶다.

 

비가 푸슬거리는 아침에 커피 한 잔 타서 책상 앞에 앉아 창문을 열었는데 한가하고 고즈넉한 골목에 저렇게 혼자서 피어있었다.

 

기교 못 부리는 오래 된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전혀 예술스럽진 -??- 않지만 피사체에 대한 소박한 애정은 나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

 

 

 

    

 

 

 

 

 

         

 

 

 

 

         

 

 

 

 

 

            

 

 

 

 

작은 방 책상 앞에서 보이는 골목 풍경...나는 밖을 보지만 밖에서는 내 방이 들여다뵈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비겁한 톰처럼 커튼 뒤에 숨어서 밖을 내다보며 행복해 한다. 하하하.

 

누가 뭐라든 내 집은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