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그리고 겨울은 가는가!!

오애도 2005. 2. 23. 00:33

참으로 인색하기 짝이 없는듯 합니다. 

올해 서울지방에 내리는 눈의 인심 말입니다.

케스트너의 시던가요. 도시에서의 눈은 더이상 낭만이 아니라는 표현이 기발했었던 걸 기억합니다. -뭔지 끄집어 낼 수 없음. ^^;;-

 

새벽녘 꿈에서 눈으로 뒤덮인 산을 봤었습니다.

까마득히 높은 산 위에서 내려다 봤는데 아찔하리만치 세상이 내 발 밑에 있었습니다. 누군가 등 뒤에서 살짝 밀면 그대로 천길 산 밑으로 굴러떨어져버릴 듯 위태로웠었지요.

그리고 문득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아뿔싸 정말 눈이 내렸던 것입니다.

꿈속에서의 눈은 푹신하게 산을 뒤덮고 있어서 장관을 이루었지만 실재의 눈은 쵸코케이크 위에 살살 뿌려진 슈가 파우더처럼 희끗희끗 야박하게 사물을 덮고 있었습니다. -이건 순전히 서울 중심의 적설량입니다. 다른 지방엔 꽤나 많이 내렸다고 하던데요...-

그래도 희게 쌓인 눈을 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 지긋지긋하게 눈에 시달린 호남지방이나 강원도 지방 사람들은 이게 뭔 시답잖은 눈타령인가 할 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교통이 막히고 질펀하게 줄줄 더위에 녹은 빙수처럼 철퍽거려도 눈이라는 건 내리는 순간이나 쌓이는 순간만은 사람을 꽤나 푸근푸근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철딱서니 없는 아이도 아니면서 눈에 대해 그렇게 여린 미련을 갖고 있는 것이겠지요.

 

오후엔 그야말로 진눈깨비에 몰아치는 바람까지 불어 뒤집히는 우산을 잡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겨울 끝자락을 잡고 눈은 내렸는데 당최 야박한 인심만 품고 있는 동네 구멍가게 아줌씨한테 오래 된 막대사탕 하나 얻어먹은 기분입니다. 후후

 

그리하여 그렇고 저렇게 겨울은 가겠지요.

 

입춘도 지났고 우수도 지났고 했으니 진짜 한 해의 시작입니다.

개구리도 튀어나올 날 얼마 안 남았으니 기지개나 켜 볼랍니다.

 

 

사족: 오랫동안 칼럼 못 올린거 참으로 죄송합니다 ^^;;.

        한동안 당최 이 방이 남의 방 같았습니다.

        그리고 길 헤매느라 못 찾아 오시는 분들한테 길 안내의 방법도 없는 듯 했구요.

        지금도 이게 제대로 메일로 날라갈지도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중간중간 개인적으로 왜 칼럼 안쓰느냐는 말 들으면서 비로소 낯섦을 빙자한 게으 

        름과 불성실에 대해 깊이 반성했지요.

        하여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쥔장이라는 자가 쳐박아둔 묵정밭뙈기를 끊임없이 들여다봐주

        신 분들...

        하여 행복하십셔!!

        다시 분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