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송구영신
오애도
2007. 12. 31. 17:55
나이 들면서 옛것, 옛말, 옛사람들이 좋아진다.
근하신년이라거나 송구영신 같은 말이 제법 그 깊이와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해의 마지막 날.
나는 고즈넉하게 밭은 기침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날씨는 춥고 나는 종일 종종거리며 바느질을 하거나 차를 마시거나 책을 읽는데 그만 하루는 다아 가고 만 것이다.
올 봄 쯤에, 나이 마흔 다섯을 넘으면 당신 인생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라는 말을 들었다. 그저 서양력으로 세상을 살아가니까 나는 이제 마흔 다섯이다. 그 사람 말이 맞는다면 나는 분명 다가오는 해부터 내 인생의 진면목을 보겠지. 그게 어떤 모습인지는 모르겠다. 나야 아둔하리만치 희망적인 인간이니까 물론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거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은 없으리라는 이상한 확신은 있다. 그뿐이다.
나이 들면서 좋아하는 말이 하나 생겼는데 그건, 최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최악을 피하라는 말이다. 하여 최악이 아닌 것들이 내겐 얼마나 많은가!!! 고맙고 감사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최악이 아닌 것에 감사하는 일에 익숙하다보니 이런!!! 뜻하지 않게 종종 최선의 것들이 주어지기도 한다.
하여 감사한 한 해다.
내년에도 이만큼만 감사하는 한 해였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