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내 마음의 물고기들...

오애도 2004. 12. 31. 10:51

작년 가을 초입에 이사 기념으로 친구들로부터 어항 두 개를 선물 받았었습니다.

거실에 있는 것은 사이즈가 큰 열대어용이고 작은 방에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사이즈의 붕어용-그런 게 있나??-입니다.

처음 사 올 때 열대어는 열 댓마리 정도를 넣었지요.  플레티나 구피같은 것들은 암컷이 두 마리였는데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새끼를 낳아 산관하느라 신경 꽤나 썼었지요. 결과는?? 잘 키웠다가 꽝광 얼어붙게 추운 겨울 밤 문열고 잤다가 죄 죽고-새끼들만-, 한 번은 낳으면서 어미가 죄 잡아먹고, 한 번은 건강하게 낳은 게 아니라서 이틀만에 죽고, 또 한 번은 잘 키웠다가 따로 키우는 어망의 끈이 느슨해져 밖으로 나왔다가 큰 고기들에게 죄 잡혀 먹고... 참담한 실패였습니다. -지나고 보니 지난 일 년동안의 내 생활하고도 비슷합니다. ㅋㅋ.- 결국은 큰 어항의 물고기는 줄무늬 수마트라 한 마리만 빼고 다 죽어버려서 그 한 마리 물고기를 작은 어항에 옮겨 키우고 있습니다. 작은 어항에 있던 버들붕어 세 마리도 차례차례 수명을 다 하고 -한 마리는 사실 저 혼자 튀어나와 말린 멸치처럼 되서 죽었다.ㅠㅠ-저 세상으로 간 터라 빈 어항에 물만 졸졸 거리며 필터링-??-을 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푸른 잎의 수초 한 포기가 있어서리 없앨 수가 없었는데 나중에 보니 달팽이인지 고둥인지가 번식-??-을 해서 여남은 마리나 되었다.-

그 속에서 홀로 된 늙은 수마트라는 줄무늬도 우아하게 유영을 하고 있더니 조만간 갈 모양입니다. 어젯밤에는 모처럼 들여다 보니 이젠 늙어서 배도 홀 쭉해지고 색깔도 희미해졌습니다. 밥도 잘 안먹구요.

물고기도 사람처럼 수명이 다 되어 죽을 때는 여기저기가 홀쭉하게 여위고 삐들삐들해져서 죽더군요. 역시나 개나 고양이같은 짐승들도 그러겠지요...

다행이 그동안 물고기들이 이상하게 병들어 죽거나 하지 않고 명대로 살다  죽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요.

만약 이상한 병이 생겨서 살 여기저기가 헐거나 눈이 튀어나오거나 하면 그것도 차마 볼 수 없는 일일테니 말입니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나는 분명 전생에 물고기였거나 내생에 물고기로 태어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그리하여 내생이라는 게 있어서 혹 다시 태어난다면 물고기로 태어나 깊은 바닷속이거나 산속 맑은 계곡물같은 곳에서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질시와 모함과 아름답지 못한 인간들의 비틀린 시선 같은 걸 보고 있자면 뭐 생각없이 사는 물고기가 훨씬 행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긴 아무도 없는 집에서 종일 입닫고 혼자서 고물거리다 보면 정말로 산 속의 계곡이나 논 가운데 둠벙의 이름없는 물고기와 별 다를게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여 조만간 다시 물고기를 사다 넣을 생각입니다.

이끼가 잔뜩 끼었던 어항은 깨끗이 씻어 놨습니다. 처음 열대어 사다준 친구는 이번엔 물고기의 종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난 소박하고 털털한 물고기가 좋습니다. 어릴 때 시냇가에서 잡으며 놀던 색깔 없는 붕어나 송사리 같은 것 말입니다.  하지만 그건 열대어 어항에는 안 어울릴 테니 다시 플레티나 구피를 키울 생각입니다.  

 

집에서 키우는 짐승이나 곡식이 잘 돼야 그 집안이 번창을 한다는데 지난 일년간 내 꼴은 다 사라져버린 물고기 꼴이 아니었는가 싶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물고기들이 비명횡사-???-가 아니라 자신의 몫을 꼼꼼하게 살다가 갔다는 것에 위로를 해야겠지요. -음... 역시 주술적인 인간이여~~ ^^-

그리하여 새해에는 잘 키워 여기저기 분양이라도 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해 동안 이곳에 찾아와 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칼럼의 시스템-??-이 바뀌고 사실 예전처럼 마음이 쏟아지지 않아서 늘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가끔 칼럼 독자들로부터 왜 글을 안 쓰는 거냐는 질타를 받습니다.

 그래도 수많은 메일 중에 칼럼메일이 가장 반갑다는 말씀도 있고^^;; 그래도 니 칼럼 보는 재미로 산다는 다분히 가족적인-??-발언을 하는 독자도 있구요.

그리고 한 번도 꼬리말이나 방명록에 얼굴 내미는 일 없지만 소리 없이 제 글을 사랑해 주시는  236명의 뉴스레터 독자님들... 그리고 여기 들어와 소리없이 읽고 가시는 무명의 독자분들 역시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는 더 잘 쓰고 열심히 쓰겠다는 구태의연 약속은 안 드리겠습니다.

그저 잘 살아보겠습니다.

그 잘 살아보겠다는 의지에 여기 칼럼에 대한 마음도 같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잘 살게 되믄 좋은 글도 쓰게 되겠지요.

하여 여러분들도 행복하게 자알 사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행복하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