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18
그나마 수업 많은 토요일... 쉬는 토요일이라고 수업을 죄 땡겨서 아침부터 했다.
이번 주는 한 번도 산엘 못 갔는데도 처참하게 입 끝이 부르터서 가관이다. 언뜻 보면 무신 몸쓸 피부질환처럼 보이는데 상당히 추접해 보인다. 제법 얼굴만 살이 빠져서 핼쓱한데 입술연지도 못 바르고 수업하는데 애들은 어디 아프시냔다. 아침 내 콧물 줄줄이길레 미리 감기약 한 알 먹었더니 저녁 부렵 해롱해롱 졸려서 혼났다.
이슈도 콧물감기약... 졸음 캡이다. 불면증 올 때 수면제로 먹어도 될듯...
울엄니 보낸 택배가 왔다. 열어보니 호박즙 한 상자다.
낮 수업 하는데 한 아이가 비닐 봉지에 든 통을 들고와 내밀었다. 엄마가 갖다 드리래요~~
열어보니 맛있게 쑨 호박죽이다.
수업 중에 다른 학부형한데 전화가 왔다. 집에 계시지요? 잠깐 들를께요~~
잠시 후 봉지 가득 담긴 단감과 시골서 딴 듯한 고추봉지를 내민다.
수업 다아 끝나고 후줄근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데 딩동~~ 좀전에 수업하고 돌아갔던 아이다.
선생님, 할머니 생신이라서.. 하고 내미는데 열어보니 인절미 팩이다.
하여 수업 끝나고 호박즙 하나 마시고, 단감 하나 깎아 먹고, 호박죽 한 공기 덜어먹고 그리고 인절미까지 서너개 집어 먹었다.
스승의 날도 아닌데... 이상한 일이다. ㅋㅋ. 그렇게 일상은 불가사의하게 물려오고 몰려간다.
정말 나란 인간은 지지리 복도 많은 인간이다. -^^;;- 호박죽을 담으며, 혹은 시골서 가져온 감이나 고추를 담으며, 막 해온 인절미를 챙기며 분명 별볼일 없는 '나'를 생각했을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가!!
하여 성의를 무시하지 못하는 오애도는 부푼 배를 안고 있다. 양재천이라도 걸어야 하는데 갈등 중이다. 어제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모처럼 수영장엘 가서 물을 갈랐더니 아침에 보니 입끝이 더어 심각해져 있었다.
뭐 여하간 수업은 일찍 끝나서 널럴해진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