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일상, 삶, 그리고...

혼자라서 싫다!!

오애도 2002. 1. 30. 00:14
축적된피로-??-탓에 영어 학원을 빼먹고 집에 있게 되었습니다.
며칠 째 몸 컨디션이 엉망인지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천근 무게를 드는 것 같습니다. 뭐 몸살이나 이런 건 잘 앓아도 특별히 피로 같은 것은 잘 못 느끼는 터라 이번 피로는 정도가 심한게 틀림없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내리 일주일을 꼬박 무리하게 사람 만나고, 돌아다니고, 일하고-??- 일주일을 이틀을 밤 새고, 나머지는 날 밝을 무렵 잠드는 짓을 거의 매일 한 탓일 겝니다.

누가 들으면 엄청 바쁘고 숨막히게 사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날건달입니다.
뭐 남들은 일주일의 엿새를 나인 투 파이브로 열심히 일하는데, 이건 럴럴하게 나흘 정도만 나가면서 그게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하면 아마 뭇매를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딸린 알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와 밥 차려줄 신랑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하고 들어와 바로 옷 벗고 이불 속에 들어가, 뻗어 자도 눈치 하나 안 보고 사는 세상 편한 생활이니 말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또 어느 분은 뭐야 누구 약올리냐 하고 눈 흘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출근하기 전 종일 집에 있으면서 갑자기 참을 수 없는 무기력증이 밀려왔습니다.

책을 읽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티비나 라디오 소리도 영 심란하기만 했습니다.
메일을 열고 친구들에게 메일이라도 보낼까 하다가 여엉 할 말이 안 떠올라 닫아 버렸습니다.
그동안 받은 메일들을 찬찬히 읽어봐도 전혀 흥이 나지 않았고, 감상쓰기에 몇 번 들어갔다가 막판에 이게 뭔 소리여 하는 생각 때문에 또 닫아 버렸습니다.

이러구 살어 말어? 뭐야, 사는 게 왜이래...

결국 학원 가는 순간까지 그 이상한 무기력, 무의욕이 이어졌습니다.
다행이 가서 알라들 하고 떠들다 보니 조금 나아지더군요.

그야말로 하고 싶은 것도, 해야할 일도 찾지 못한 채 어영부영 보낸 하루였습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혼자 산다는 것은 어느 땐 환상적인 편안함과 여유로움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댓가 없는 이득은 없는 법.
오늘처럼 이상한 무기력증에 빠질 때 혼자 사는 사람은 그것에 빠져나오는데도 혼자일 수 밖에 없는 터라 훨씬 많은 시간과 힘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누군가와 같이 살면, 그렇게 구덩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 손이라도 잡아줄 테니까요.-여기까지 읽으면 또 누군가는 쾌재를 부를지도...^^말뜩싸다. 쌤통이다. 약오르지...등-
이럴 땐 솔직히 혼자라서 나쁘다 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뭐 인생이라는 것이 날마다 좋기만 하다면 분명 사는 길이가 짧을 것입니다.
내 생각으로는 누구에게나 기쁨이나 행복의 양은 똑같이 주어졌는데 그걸 멀국으로 받느냐, 진국으로 받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인 것 같으니까요.

그러니 기쁘다고 호들갑 떨 것도 없고 불행하다고 풀 죽어 할 것도 없이 그저 물 흐르는 듯이 주어진 시간을 잘 밟고 지나가면 될 것입니다.

어쨌거나 하루의 반을 혼자라서 고달프다라고 생각하며 보냈습니다. ^^

그려... 혼자라서 지긋지긋혀 하고 말입니다.

사족: 지금은 다시 해피-강아지 이름?^^;;-해졌습니다. 아침에 맛있는 청국장 끓이려고 두부하고 싸구려 오뎅하고 사왔습니다. 참고로 김치 찌개나 청국장 찌개에 오뎅-싸구려- 넣으면 건져 먹는 맛이 솔솔합니다. 많이 넣지 말고 조금만... 잘못하면 오뎅찌개 되거든요. 반드시 '얕은 맛'으로 먹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