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6
모처럼 챙!!!! 하고 맑은 날. 작은 방 창문 열어놓고 이걸 두드리고 있다.
아침 일찍 산에 가 기일게 타겠다고 결심해 놨는데 울엄니 보내신 택배 기다리느라 그만 계획 차질이 생겼다. 제발 오전 중에 오기를...
신경써 줘야 하는 시험은 거의 어제로 끝났다. 어제도 새벽 세시... 다행이 결과들은 죄 대박!! 졸지에 쪽집게 선생으로 등극을!! 뭐 운이 좋았거나 알라들이 이상하게 공부를 재밌어 했었다. 게다가 지난 번 시험에 가공하리만치 질퍽한 죽들을 쑤어놓고 들어온 알라들인지라 결과가 더 드러나 보이는 것이리라.
생각해보면 일이란 게 원래 원하는대로 혹은 노력한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안 그러면 살면서 뭐 그리 고뇌들이 많겠는가?
세째 올케가 친정 아버지 상을 당했다.
별 일 없이 건강하다가 느닷없이 말기암 선고로 이어지고 두어달 만에 돌아가신 것이다.
내 아버지 죽음의 심상찮음에 비해 관계없는-??-타인의 죽음엔 얼마나 심상한가를 느낀다. 하여 깨닫는 것은, 어떤 죽음이든 결국 죽음의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일이라는 것이다.
내 사주를 풀면 년주에 식신이라는 운이 들어있다. 이것은 먹을 복을 의미한다는데 그걸 극하는 육신이 없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다. 뭐 예전에야 먹을 복 있고, 토실한 게 복이겠지만 요즘처럼 뚱뚱한 인간을 짐승보듯하는 세상에서 그건 복이 아니라 액일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식신운이 좋다. 그저 골골대며 삐들한 거 보다야 토실한 게 나으니까...-어쨌거나 또 살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고 -우리나라 여자들이 나이거 적건 많건 셋 이상 모이면 이야기의 화두가 '살 이다- 요즘 내게 식신운이 내린 것 같다.
며칠 째 아구아구 먹어대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데 실재로 그렇게 먹기도 했다. 시험 보충하는 사흘동안 엄마들이 푸짐한 야참들을 들려 보내는 통에 그 한밤중에 먹어대는 것은 물론이요, 낮에는 괜히 라면끓여 밥말아 먹고 싶은 생각도 있고 치킨이나 시켜먹을까? 아니면 피자는 어때?? 하는 유혹까지 실 고개를 드는 것이다. 나란 인간이 피자나 치킨을 무지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뭐 등산하며 살 뺀다고는 하지만 사실 먹을 건 별로 절제를 안 하는데 그래서 드러나게 체중이 줄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더 먹지도 않는데 그럼에도 중량이 그대로라는 것이 심히 불가사의 하기는 하다. ^^;; 그리고 착하게도 술도 거의 안마시는데 말이다. ^^;;;
하긴 지난 번에 손금보러 갔을 때 그 여자가 슬쩍 사주를 풀더니 먹을 복이 있어서 운동해도 살이 안 빠질겁니다... 라고 하긴 했다. 흠...
그래도 체지방은 많이 줄어서 제법 구석구석이 슬림해졌다. 뭐든 내식대로 해석하기 좋아하는 나는 이것도 오히려 감사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쑤욱!!! 한 십 킬로그램이 내려가면 나이 먹어 늙은 얼굴이 졸지에 할머니 얼굴이 될 것 아닌가... 하믄서...
여하간 식신운이 반가운 것은 먹을 때 행복하기 때문이다. 햅쌀밥도 맛있고, 산에서 주워온 밤 삶아놓고 시일 까먹는 것도 좋고, 라면 끓여 밥말아 먹는 것도 좋다.
김치조차 다아 떨어져서 냉장고가 텅!! 비었는데 울엄니 새로 띄운 청국장이며 도토리묵이며 깻잎이며 김치며 이것저것 싸서 보내셨단다. 역시 먹을 복 있는 인간이다. ㅋㅋ
아침에 잠깐 티비를 보는데 일요일 아침에 하는 프로그램이 나왔는데 그만 오늘이 일요일인 줄 알았다는... 요일을 잊고 산 며칠이었다. 그나저나 택배가 빨리 와야 하는데... 흠....
사족:: 아직도 -세시 오십분-택배는 안 왔고, 씨불씨불거리며 거풍을 하고 있다. 침대밑 서랍장에 들어 있던 춘추복들을 꺼내보니 곰팡이 냄새가 나는 듯 해서리... 햇빛이 고마운 오후다.^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