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피티... 4
모처럼 쉬자고 결심한 아침이다.
어질러진 집안이 칭얼거리는 아이처럼 날 기다리고 있고, 뽑아야할 문제들과 은행 업무와 끝내지 못한 바느질과 수영갔다가 뜨건 물에 몸 담그고 싶다는 욕망과 책상 앞에 앉아 웹써핑이나 하겠다는 게으른 생각이 뒤죽박죽되는 아침이다. 어젯 저녁 잠깐 음주-아니면 과한 운동?-에 얼굴이 부어 호빵레이디다.ㅋ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날씨 보는 것 아주 재밌다.
실시간으로 위성사진 같은 것도 볼 수 있는데 좌악 시간별로 눌러보면 구름 움직이는 게 보이고 태풍의 눈도 보인다. 좋은 세상이다. 오늘 날씨의 아이콘은 접은 우산과 빗방울이다. 날이 갠다는 뜻이다. 편 우산이면 당연히 비온다는 것이고...
오늘은 잠깐 아침에 비오고 갠다는 소식...
내가 없거나 모자라는 것, 그리고 가진 자-그게 권력이든 재력이든 능력이든-에 대해 눈흘기지 않고 나는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는 인간이다. 그럼 세상은 얼마나 감사한 것 투성이인지 모른다.
하여 나는 이 시대에 살아있다는 것에 기쁘고 기겁게 감사한다. 날씨 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산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문명과 문화-어떤 색깔이든-가 정점에 올랐다는 생각이 든다.
구글 어스에서 보여주는 지도 검색은 끔찍하리만치 정확하다. 시골집 지붕까지 나오다니!!!!
어제의 후덥한 날씨는 가고 설럴이는 바람이 제법 차다.
구름 물러가면 푸른 하늘이 얼굴 드러내겠지...
어제 청계산에서 주워온 알밤...
비록 알은 작지만 토실토실 익은 토종밤이다. 태풍에 떨어진 밤들은 풀숲이나 길가에 예쁘게 뒹굴고 있었다. 꽤 묵직한 걸 지고 밧줄에 매달리고 미끄러져가며 여섯시간 가까이 산을 돌았다.-누가 청계산을 별 볼일 없는 산이라고 하는겨??? 석기봉 망경암 오르며 뜨아아... 를 세번씩이나 했다. -
매봉의 매바위에서 내려다 본 서울시내... 제망무제는 아니지만 저렇게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인간이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어떻게 복닥이며 살고 있는지, 백년도 못 살면서 천년의 근심으로 사는 인간들이라는 다분히 호연지기 비끄무레한 게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