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애도 2007. 5. 28. 14:11

지난 스승의 날에 말이지요.

사이비 선생이긴 하지만 그래도 스승이라고 몇가지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 하나사 거금 15만원 쯤 하는 시슬리 바디 제품입니다. 포장이 하도 이뻐서 뜯는 것도 망설여졌지만 샤워 젤하고 바디 크림이었는데 가격 검색을 해보니-^^;;- 각 칠만 오천원 쯤 하는 것이었습니다.

뭐 선물의 가격이 궁금했다기보다는 나란 인간이 원래 목욕할 때 그저 비누만 쓱쓱 칠하고 씻거나 아니면 그저 일반 샤워젤로 대충 닦고 가끔 이태리 타올로 비누 칠해서 벅벅 문질러 주는 데다 몸에는 당최 뭘 바르는 인간이 아닙니다. 하여 다른 제품으로 바꾸어 써야지 생각해서리 며칠 후 그걸 샀음직한 백화점으로 갔었습니다. 교환이 가능하냐니까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가기 전에 이 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봤더니 에센스나 영양크림이 괘않다고 하길레 몇만원 더 주더라도 그걸로 바꿔야지 했었습니다.

하여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 에센스로 바꾸려는데 어떤 게 좋냐고 했더니 가장 잘 나간다는 것을 추천해 줬습니다. 손등에고 찍어 발라보고 했더니 그런대로 좋길레 가격이 얼마냐고 했더니만 아뿔싸!! 35만원 쯤 했었습니다. 커헉!!  좀 싼 것은 32만원이던가 했구요. 그럼 영양크림은 어때요 했더니 그것도 한 38만원 쯤 하는 것였고 그나마 한 20만원 쯤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그만 데이 앤 나이트로 두 개를 따로 발라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40만원...

너무 비싸잖아요~~ 하면서 샐샐 웃었더니 이번엔 셀룰라이트지거용 바디크림을 권하는데 나란 인간은 원래 뭐 발라서 지방을 뺀다거나 하는 것도 안 믿고, 비싼 화장품 바른다고 그 열 배 쯤 피부 좋아진다고 믿는 인간도 아닌지라 결국은 가장 저렴한-??- 수분 에센스로 바꿔갖고 왔습니다. 딱 천원 더 주고...

한 때는 뭣 모를 때 꽤 비싸다는 화장품을 줄줄이 라인으로 사다놓고 써 보기도 했는데 이상한 것은 기초 제품 빼고 아이크림이나 이런 것은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써 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순전히 게으름 탓인데 결국은 버려지기 일쑤...

자기 전에 대충 세수하고 스킨이나 로션 정도만 바른 지 오래됐지만 뭐 피부가 더 나빠지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뭐 늙으믄 적당이 탄력 없어지고 부들부들해지는 거야 자연의 일부려니 하고 생각하는 인간입니다.

어쨌거나 그렇긴 해도 에센스나 뭐 이런 건 하나 발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찰나에 복많게도 그게 생긴 것입니다.

어쨌든 괜히 비싼 화장품 보고 왔더니 당최 15만원짜리 에센스가 상당히 싸구려-??-같은 느낌이 들더란 것입니다. 국산 8만원 쯤 하는 한방 에센스도 비싸다고 부들부들 떨었더만... ㅋㅋㅋ. 가치의 상대성에 관해 실감하는 중...

뭐 여하간 세상엔 각자의 취향과 능력과 성향의 차이가 있는지라 높은 가격에 대한 시비를 걸자는 것은 아닙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신의 경제적 능력에 맞춰 소비를 하는 것이야 미덕이믄 미덕이지 결코 악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장 단순한 경제원리가 바로 적절한 소비가 적절한 경제순환의 핵심일테니 말입니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전혀 15만원이나 하는 에센스가 어떤 상황에 따라 가장 저가-??-의 제품이라고 느껴지는 상대적인 가치척도입니다. 하여 그 에센스를 바를 때마다 이건 저렴한 거야.. 라는 생각이 암암리에 뒤통수를 친다는... ㅋㅋ

 

어쨌거나 불가해하게 몰려오고 몰려가는 것이 일상이라고, 며칠 후 이번엔 해외 출장중에 사왔다며 호주 산 골드플레이크가 섞인 에센스 한 병을 학부형 한 분이 갖고 오셨습니다. 

하여 벌써 일년 넘게 스킨만 대충 바르던 내 얼굴이 요새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저녁엔 시슬리 수분 에센스, 아침엔 금가루 섞인 호주산 에센스...

피부가 어느 날 백옥에다 실크로 바뀌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사실 몇 주 째 산에 올라다니면서 씩씩대고 땀 비오듯 흘렸더니 피부... 겁나게 좋아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깜짝 놀란다는...

 

하여 이제 실실 일어나 준비하고 산엘 가야겠습니다.

어제 하루 쉬고 나머지 날들은 부지런하게 산엘 갔었습니다. 뭐 체중은 하나도 안 줄었는데 가뜩이나 납작한 엉덩이하고 얼굴살만 두드러지게 빠져서 더 작아졌습니다. 뭐 물론 뱃살도 느껴질만큼 들어갔습니다. 하하하.

생각해보니 걷고 수영하며 나름대로 하는 운동의 효과의 세 배쯤 되는 듯 합니다.  

사실, 주위에서 여러 사람들이 퀴즈대한민국이나 우리말 달인에 나가보라고 옆구리를 찌르는데 살 10키로 빼고나가겠다고 했습니다. ㅋㅋ. 하여 10키로 이상 빼면 저 텔레비젼에 나올 지 모릅니다. 예선 탈락만 안 하믄... ^^;;

 

즐거운 월요입...

행복하십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