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빼자...

주저리 주저리...

오애도 2007. 5. 10. 11:58

     

 

비 오는 날 혼자 청계산엘 갔다.  햇빛은 하나도 없었고 날씨도 서늘했다. 어두컴컴해지길래 접히지 않는 자동우산을 들고 나갔다. 험한길-그런 길 있나? ^^;;-오를 때는 우산을 지팡이 대신 짚고 다녔다. 아무리 봐도 저 우산 예쁘다.

지난 번에 시골서 온 친구를 잠깐 만났는데 마침 비가 쏟아졌다. 싫다는 걸 억지로 쥐어주고 나는 지하철을 탔는데 괜히 남대문 시장에서 내려 남의 가게 처마 밑에 웅크리고 있다가 저걸 샀다. 것도 단 돈 오천원... 예전에 학원에 어떤 아이가 들고 왔길레 이쁘다고 부러워했드만... 난 왜이리 지지리도 복이 많은 인간이란 말이냐!!! 보기만해도 유쾌하고 맘에 들어서 정말 집안에서도 종종 펴보곤 했었다. ^^;;

 

중간쯤 갔을 때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돌아올까 어쩔까를 망설이다가 일단 깔딱고개까진 올라갔다.

거기서 나는 싸가지고 간 방울 토마토와 포도 몇알을 우산을 쓰고 집어 먹었다.

아무도 없는 것 같았는데 가끔 사람들이 빠른 걸음으로 내려가곤 했다.

난 왜 이리 사람 없는 곳을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 어딜가든 사람 없는 고즈넉한 곳과 맞닦뜨리면 꼭 신의 축복같다. 그리고 이상한 건 진짜 신의 축복처럼 늘 그런 일이 생긴다. 그리하여 오후 네 시 쯤 낮은 산길을 걷고 있자면 오르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드문드문 내려오는 사람들만 만난다. 그리고 고갯마루에 오를 때 쯤이면 정말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럴 때는 어릴 때 혼자서 산 속 헤매던 때가 떠오른다. 나는 나즈막하고 부드러운 능선을 하고 있는 숲속을 혼자서 헤매고 다녔었다. 그러다 숲을 나오면 따끔따끔하지만 부드러운 햇빛이 사람 없는 들을 비추고 있었다. 드문드문 원추리 꽃이나 엉겅퀴 , 혹은 패랭이 꽃 따위가 밭둑에 피어있었다. 어찌하여 그 어린 날에 나는 그렇게 숲과 들을 혼 자 서 쏘다녔을까? 그렇게 쏘다니면 나는 상상했었다.

나중에 혼자서 아주 멋지게 살아갈겨~~

무심코 욕심없이 그리고 앞 뒤 계산없이 꾸는 꿈이 무서운 것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시는 그렇게 검정고무신에 하얀 피부,  납작한 가슴을 하고 눈이 빛났을 어린 계집아이로 사람 없는 숲과 들을 쏘다니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신 무거운 몸에 얕은 욕심과 사소함으로 들끓는 가슴을 하고 비싼 등산화를 신은 채 나는 씩씩거리며 산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내 발에 실려 나를 숨차게 하는 것은 분명 아름답지 않은 욕심으로 가득찬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하여 그런 욕심 따위가 이루어질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흠...

 

여하간....

 

저기서 우산을 쓰고 잠깐 멍청하니 앉아 있다가 왔었다.

빗방울은 굵어지지 않아서 아주 작은 소리로 토토톡톡 여린 나뭇잎에 떨어져내렸다.

나는 멍청하니 앉아서 여린 나뭇잎에 내려앉는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주 가끔 우산도 없이 내려가던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쳐다봤고 더러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던 사람들도 있었다.

 

 

흠... 뭐 등산이 유산소와 무산소운동을 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라는데 확실히 양재천 두 시간 걷는 것 하고는 다르게 땀을 삐질삐질 흘린다. 그게 날씨가 더워서인지는 모르지만...

일주일에 세 번쯤 두어시간 정도 걸으면 살이 빠지지 않을까?

이번 주 들어 벌써 두 번째... 내일 가면 세 번이다. 히히. 좋다.

 

그러면 뭐하노?  내려와서 친구와 짜장면 팔보채 시켜서리 소주 세 잔 마셨다는 전설이...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