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껄껄. 하하하
생각해보니 말입니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정말 얼굴이며 혈관이며 온몸의 세포까지 활짝 일렁이며 퍼지도록 웃는 일이 별로 없었던 듯 싶습니다.
물론 사람들 만나서 하하 웃거나 알라들과 만나 실없는 얘기로 낄낄 웃거나 자주 만나 술 마시는 친구와 별일 아닌 일로 히히 웃거나 인터넷 기사에서 재밌는 이야기에 피식 하거나 길 가다가 괜히 시일 웃어보는 일이야 날구장천 있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어제, 아니 오늘 새벽에 지나간 방송 재방송 해주는 프로그램에서 어떤 아이가 '섬집아기'란 동요만 나오면 그만 삐죽삐죽 우는데 그게 얼마나 우스웠던지 그 새벽에- 세 시쯤 되지 않았나 싶다-그만 혼자서 껄껄껄 하하하 웃고 말았습니다.
어쩐 일인지 티비 보는 일이 전혀 맘이 안 땡겨서 삼십분 이상 보는 프로그램도 거의 없거니와-다만 심야에 하는 csi와 어쩌다 걸리면 보는 만화영화 캔디 혹은 심야에 잠들기 전에 잠깐 보는 거 제외하고- 코미디나 쇼프로그램 보고 킬킬거리는 일도 없는터라 웃으면서도 스스로 뻘쭘했습니다.
그리고 좀 전에 어느 게시판에 올라 있는 글을 읽다가 그만 또 혼자서 껄껄 웃고 말았습니다. 뭐 별 내용은 아니었고 어떤 아버지가 딸들한테 이런 놈하고는 절대 결혼하지마!!는 식의 글이었는데 거기서 그만 별 거 아닌 거에 웃음보가 터진 것입니다. 그것도 혼.. 자.. 서.. 말입니다.
누구든 아는 사람들은 다아 느끼겠지만 혼자 있을 땐 그야말로 말없음표가 둥둥 떠다니다 못해 사방 천지에 꽈악 들어찬 느낌이 들 지경이지요. 주의의 공기는 바삭거리고 얼굴은 골 난 사람 같을 거이고 눈 빛은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 보느라 당연히 번뜩이며 빛나고 있을 터입니다. 그런데 미친듯이 하하하 껄껄껄 웃다니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문득 깨달았는데 그렇게 혼자 웃는 웃음이 그만 온몸이거나 정신의 어느 부분이 화알짝 펴지는 느낌이 들더란 말입니다. 누구한테 보여주거나 분위기를 맞추거나 눈치를 보거나 혹은 종종 지나쳐서 혐오스럽거나 애처롭기까지한 슬랩스틱형 코미디를 보고 웃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슬픔이나 기쁨, 즐거움,분노같은 감정은 그먀말로 스스로 꾸며대거나 억지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반면에 거기서 드러나는 표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여 슬프지 않은데 슬픈 척 하거나 기쁘고 즐겁지 아니한데 그런 척 할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주는 나만 느끼는 마음의 울림까지 만들어낼 수는 없겠지요.
어느 날 문득 혼자서 껄껄껄 하하하 웃었는데 그만 온몸의 세포가 '나 즐거워...'하는 증세를 나타내는 건 그게 조증 증세일까요??
흠... 지나고 나니 또 얼굴은 굳어지고 입은 다물어지고 마는군요. 이런...
내 나라 말.... 웃음을 나타내는 말들 참 많아요.
하하 껄껄 낄낄 씨익 헤헤 빙그레 방글방글 싱글싱글 싱글벙글 벙긋 호호 히히 후후 방긋방긋 빙긋 벙긋벙긋 피식 풋 허허...
의성어 의태어... 다아 느낌만큼이나 쓰임도 다르지요. 게다가 모든 웃음을 나타내는 부사는 순 우리말... 적재적소에 쓰면 글이 맛있어집니다. ^^;;
점점 내 나라 말이 좋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