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아픈 밤...
내일 시험 보는 알라들 보충해주고 나니 밤 열 두시... 낮 두시부터 떠들었으니 줄기차게 일곱시간 쯤 됐나보다.
애들 시험 공부 하는 걸 보면 저렇게 공부 열심히 하는데 백점 못 맞는 게 너무 신기하고, 머릿속으로 들어간 후 절대로 인격이나 사상이나 정서에도 영향을 안 받고 고스란히 죽은 지식으로 남아 있다가 슬슬 자기도 모르게 사라져버리는 것도 신기하다.
그리고 공부와 성적이 모든 삶의 총체가 되버린 이 미친 세상에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종종 환멸스럽다.
배우고 왼 것은 그저 머릿속에서만 맴돌다 어떻게 자알 시험지 위에 잊지 않고 뱉어내느냐가 학습의 목적이다. 그것이 다양한 정서를, 뛰어난 통찰을, 아름다운 신념을, 고귀한 영혼이나 옳은 가치관 따위를 형성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것을 배우고, 그렇게 깊이-????????-있게 공부하면서 대체 그런 것들은 어디로 사라지는가!!
지금 공부하는 알라들을 보면 꾸역꾸역 씹지도, 맛을 느끼지도 못할만큼 입안에 밀어 넣어주는 옥수수를 삼키는 거위같다.
프와그라는 병적으로-??-거대해진 거위 간이다. 트러플이라고 불리는 송로버섯과 철갑상어알인 캐비어와 함께 삼대 진미로 꼽힌다던가?? 종종 티비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밀도높은 지방이 녹아내리는데 그럴때마다 입속에서 느끼함을 실감한다. 물론 먹어보진 않았으니까 맛은 모르겠다.
아주 오래 전, 통속 소설을 읽다가 거위 즙을 찾는 프랑스 귀족이 나와서, 갸들은 거위즙도 먹나? 했더니만 아마 번역상의 오류였나보다.
프와그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거위한테 강제적으로 꾸역꾸역 깔때기를 통해 옥수수를 밀어넣는데 그게 꼭 방앗간에서 떡 뽑을 때 밀어 넣는 찐밥 같아 보인다.
어쨌거나 그렇게 과하게 처넣어진 옥수수는 분명 병적 대사로-이게 맞을까?- 인해 간에 지방이 쌓이게 될 것이고 그렇게 잔뜩 부풀려진 간을 -원래 50그램인 정상적인 간을 300그램으로 부풀린단다-맛있다고 인간은 먹어대는 것이다. 인간의 혀끝 즐거움을 위해 벌이는 동물학대의 표본이다. 일본의 거 머시기 명품 쇠고기와 함께...
흠.... 이 이야기가 아닌데 옆길로 샜다.
어쨌거나 요즘 알라들 공부하는 걸 보고 있자면 나는 왜 자꾸 거위주둥이에다 주입기를 꽂고 옥수수를 밀어넣는 장면이 떠오르는 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이미, 소화시켜 몸의 중요한 요소로 쓰기엔 지나치게 많고 덜그덕거리는 지식들을 습득하느라 영혼과 마음과 정신이 여위어 가고있는 듯 보인다.
이해와 깨달음은 무시하거나 없고, 달달 외는 시험 공부를 시켜주며 나는 마치 플래스틱으로 만들어진 음식을 먹이는 거 같아 무섭다.
대체 난 무엇을 하고 잇단 말인가..
목 아픈 밤이다.